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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인생/ 소식/송라이팅 도전기

피아노 도전기

by 이사오군 2016. 8. 17.

 이전부터 내 곡을 만들고 싶다, 라는 작은 꿈이 있었다. 기타로 파워코드 잡아보며 해보고 미디로 찍어보고 해봤다. 그러나 1분여의 짧은 곡은 한 두개 나왔지만 내가 원한 약 3~4분의 노래를 만들지 못하고 포기하고 다시하고를 반복했다. 항상 포기하기 직전에 든 생각이, 내가 피아노를 칠 수 있다면 조금 낫지 않을까? 라는 것. 그렇게 피아노를 사기로 생각만 하고 지내왔다.

 그러다 저번주, 결국 피아노를 구입하게 됐다. 넥타 사의 디지털 피아노인데 원래 사려던 카시오 사의 피아노보다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훨씬 싸고 괜찮아 보여서 그냥 주문했다. 해머와 웨이티드 중에서 고민했는데, 그냥 더 싼 웨이티드를 주문. 키감은 정말 괜찮았다. 전에 마스터키보드를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 보다는 훨씬 나은 키라는 걸 초보인 나도 느낄 정도로 좋다. 이렇게 나는 처음으로 88건반을 갖게 되었고 치게 되었다. 


 피아노를 꺼내고 전에 아무렇게나 쳐봤다. 사운드는 괜찮은데 내가 정말 못치니 소용이 없었다. 전에 기타는 다른 현이 안울리게 뮤트도 잘 해주고 디스토션으로 인한 노이즈도 잡아줘야 하고 피킹과 운지의 정확성 까지 필요로 하는 반면, 피아노는 누르는 대로 소리가 나니까 편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한번에 많은 음을 내는 피아노 특성상 양손을 쓰는데 서로 다른 코드나 멜로디를 치니 드럼에서 사지분리 하는 것 만큼 어렵다. 그리고 누르는 대로 소리가 나는 건반 하나를 정확하게 누르기도 힘들다는 걸 알았다. 하나를 누르면 그 사이를 눌러버려 두개가 눌려버리니 다시 팔아버리고 기타나 다시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다 기타 처음 했을 때 개방현 피킹도 제대로 못했던 때를 생각하며 참기로 했다. 

 이쩌다 옛날에 구입하게된 바이엘을 꺼내 1번부터 연습하기 시작했다. 쉽게 쉽게 쳐지니 이거 너무 쉬운거 아닌가하던 순간. 16번 프레이즈에서 연주가 끊겼다. 양손 멜로디가 갈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 프레이즈 까지는 양손이 동일한 방향으로 연주했다면 이 16번 부터는 다른 방향으로 연주하는 부분이 나오기 시작하기에 처음 보는 패턴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럴땐 방법은 단 한 가지, 될 때까지 무한반복이다. 칠 수 있을 때 까지 템포를 낮추고 계속 반복 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는지 몇번 반복하다 보니 매끄럽게 연주할 수 있게 됐다. 이 때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이런 성취감에 내가 악기를 하나보다.

 차례차례 프레이즈를 정복하다보니 지루해졌다. 그래서 바이엘엔 뭐가 있나 훌어보다 맨 뒷장의 부록이 눈에 띄었다. 거기엔 왼손연습, 오른손연습, 양손연습 프레이즈가 있었다. 아마 기타의 크로매틱 연습 같은 효과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항상 처음에 손풀기 겸으로 해보기로 했다.

 3일 동안 바이엘 본편과 부록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겼다. 부록의 양손연습이다. 양손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정말 안되는 것이다. 천천히 해봐도 꼬이는 손가락. 양손 스케일을 할 때면 내 손가락은 오징어 발이 되어버려서 어느순간 이상한 건반을 누르고 있었다. 역시 이럴 땐 답은 하나다. 무한반복. 그 무한반복 연습 중에서도 내가 기타를 쳤을 때 부터 쓰던 방법이 하나 있다. 일단 한 프레이즈를 느리게 연습한다. 틀리지 않고 연주할 수 있게 되면 템포를 올린다. 그리고 적정 템포가 되면 한번에 3회 연속으로 틀리지 않고 연주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무한 반복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머리가 아닌 근육으로 프레이즈를 익히게 된다. 중요한건 중간에 쉬면 안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프레이즈를 틀리지 않고 연주하기 전까지는 물도 못마시고 화장실도 못간다는 생각으로 계속 반복. 하다보면 땀도 나고 팔이나 어깨 등 몸 어딘가가 뻐근하고 아프기도 한다. 그러나 될 때까지 반복. 그러다 결국 성공하게 된다. 


 역시 처음은 힘들다. 나의 첫 번째 목표곡인  Endless rain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아직 4마디도 겨우 치니 말이다. 연습만이 살 길! 열심히 해보자.